포인트 적립은 대마초, 할인 쿠폰은 히로뽕이다 > 커머스톡톡/정형욱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커머스톡톡/정형욱

포인트 적립은 대마초, 할인 쿠폰은 히로뽕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형욱 하나투어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1월 24일 URL 복사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39448e80a72004ce598587c66df348a1_1548764028_779.jpg 

소비자는 더 이상 ‘봉’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 포털사이트를 통한 가격비교는 ‘현명한 소비자라면 구매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같은 때에도 온라인시장을 저가시장으로 보고 상품의 다른 어떤 요소보다 가격에 초점을 두는 판매자가 있다. 


그 채널은 아이러니하게도 고가의 가격으로 화려한 매장 인테리어와 부동산 비용을 감당하는 백화점이다. 백화점은 프리미엄 가치와 소비의 우월감을 화폐로 교환하는 시장이기에 ‘싸구려 이미지’를 주는 최저가를 지향해서는 안 되는 모델이다.


또 브랜드 상품 중 최고의 매출을 창출하는 인기 상품을 로드숍이나 타 유통 매장보다 많이 확보해 고객을 집중시켜야 하는 사업 모델이다. 오히려 프리미엄 서비스와 가치를 가격에 담아, 다소 비싸더라도 고객이 그 가치를 즐기며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하여 매출을 창출해야 하는 산업이다.


백화점은 전자상거래 규모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수 십 년 간 지켜온 오프라인 충성 고객들의 온라인 누수를 겪는 위기감 속에 온라인 채널로 진출했다. 그런데 다른 모든 가치보다 ‘최저가’를 지향하던 오픈마켓을 경쟁상대로 삼았으니, 그야 말로 우스운 상황이 되었다. 



한국 백화점들은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서비스와 가치를 내던졌다. 백화점의 저가 경쟁은 스스로의 수익률 하락만이 아니라 입점브랜드까지 수렁으로 끌어들인다.  


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의 막강한 재고를 자사몰로 보내 물량공세를 했고, ‘최저가’를 위해 할인에 할인을 더했다. 백화점의 과도한 할인은 오프라인 상의 서비스와 가치 유지를 위해 들인 막대한 고정비(인프라 운영을 위한)를 감당해줄 마진구조마저 깨뜨려 이익률에도 적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백화점은 이를 무시하고 거래규모부터 키워 시장을 지배하고자 했다. 결국 온라인 채널 덕에 단기적으로 외형이 성장하는 듯 했지만 핵심 비즈니스였던 오프라인 매출이 급속히 무너지는 반대급부를 겪는 상황이다.

 

한때 백화점의 이커머스 사업을 두고 '포인트적립은 대마초, 할인쿠폰은 히로뽕'이라는 말이 있었다. 백화점은 처음에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재구매를 유도했다.


하지만 과열된 경쟁 구도에서 할인쿠폰을 정례적으로 고객에게 지급하다 보니, 할인쿠폰에 맛을 들인 고객은 언제가 될지 모를 재구매, 그 때서야 사용할 포인트에 관심이 없어졌다. 강력한 히로뽕을 맛보았으니 대마초의 약발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이는 ‘고객 DB마케팅 무용론’의 시초가 됐다. 단순히 포인트가 할인쿠폰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과거 구매 시 마다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브랜드 보다 ‘백화점의 가치’를 중시했던 충성고객을 잃고 오로지 가격에만 혈안이 된 뜨내기 고객에게 초점이 옮겨진 탓이다.

 

한국 백화점은 온라인시장 성장에 대한 대응전략을 가격, 그것도 저가로 책정하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그들뿐 아니라 (입점)브랜드까지도 함께 수렁으로 끌어들였다.


대기업 유통3사의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서 백화점을 믿고 온라인 커머스에 참여한 브랜드들의 신상품은 출시 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할인쿠폰이 붙게 됐다. 유통 3사는 과열을 자제하자고 이야기하면서도 매출이 조금이라도 빠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즉시 할인쿠폰을 붙이는 처방으로 출혈경쟁을 유지했다. 


순진한 브랜드들은 싸게 팔건 비싸게 팔건 유통사의 마진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니 많이만 팔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매출이 늘고 주가가 오르면 성과급을 나누며 좋아했지만, 머지않아 자사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판매구성비 차원의 정상가격 판매비중을 떨어뜨리는 독약으로 돌아올 것을 모르고 있었다.


상도없는 대한민국 온라인 시장


현재 온라인 커머스는 수익모델이 아니다. 한국과 같이 상도가 없는 시장에서 온라인 커머스는 ‘누가 이기나 보자’ 식의 무한출혈경쟁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의 유통 대기업들은 저마다 온라인 커머스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그 동안 오프라인에서 폭리를 취했으니 이제 온라인을 통해 게워낼 때가 되어서 인지 그 모습이 재미있다. S사나 L사나 C사 등은 이커머스의 특성을 알고 그렇게 투자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 동안 쏟아 부은 돈을 연구개발비에 썼으면 애플 같은 회사가 몇 개는 더 생겼을 듯하다. 



가격은 가장 유치하고 실력 없는 경쟁력이다. 이제 온라인 채널에서의 수익은 커머스가 아닌 ‘융복합 서비스’에서 창출되어야 한다.


백화점은 직매입을 하자니 상품이나 시장을 예측하는 눈이 없고, 시즌을 타지 않는 것을 매입하니 마진이 별로이고, 혹시 매입했다 안 팔리면 재고 책임이 무섭다.


한편으로는 총알배송이니 당일배송이니 하면서 차별점을 찾으려 하나 이미 좁은 땅덩이에서 익일 배송은 개인도 제공하는 서비스가 됐다. 그러니 전략의 산물인 물류 창고는 지어놓고 땅값 오르기만 기다리는 꼴이다.


이커머스 전략이라고는 제살 깎아먹는 세일도 한 두 번이지, 해 온 것이 세일뿐이니 시장 환경이 전혀 다른 외국사례나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수 십 년째 적자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아 보인다. 온라인이면 다 같은 온라인인줄 알고 최저가만 지향해 성장해온 포탈, 오픈마켓에서 유랑하던 인력들을 모셔와 1, 2년 쓰고 수익성이 악화되니 ‘그 모든 게 너희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해 내보낸다.


온라인 전문가인 척했던 리더의 권위를 잃고 싶지 않아 고지가 바로 앞 인 것처럼 참고참고 가보나 ‘아, 또 이 산이 아니다’. 

온라인 유통은 그렇게 아무런 수익 없이 주기적 리뉴얼로 시스템업체를 먹여 살리고, 배송업체를 먹여 살리고, 콜센터 업체도, 디자인 입체도, 제조업도 먹여 살린다. 게다가 고용도 창출한다. 이야말로 숭고한 희생정신이다.


수익은 ‘융복합서비스’에서 창출된다.


가격은 가장 유치하고 실력 없는 경쟁력이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잠식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그 모든 책임이 외형만 키우고 내실을 저버리며 성과로 치부한 지난 20년간 온라인 유통의 수장을 지낸 분들의 꼼수에 기인한다.


“온라인에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겠습니다”. “AI를 도입하여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과거 구매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고객 본인도 모르던 상품을 제안하여 구매를 유도하겠습니다” 등 야심 찬 전략을 발표한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객은 콘텐츠가 재미있다고, 상품추천을 잘 해 주었다고, 감사한 마음에 그 곳에서 사지 않는다. 쓸데없이 비용만 늘어나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익성만 더 낮아질 뿐이다.

 

현재 대형 이커머스는 유통을 수단화하여 고객을 확보하고, 세컨드 비즈니스 모델에서 수익을 만드는 사업자와, 오로지 유통이 유일한 수익모델인 자가 같이 경쟁하는 구도다.


다시 말해 이커머스는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융복합의 국면으로 변화했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이제 수익은 커머스가 아닌 ‘융복합 서비스’에서 창출되어야 한다. 마케팅 개론에서 본 듯 하다. ‘맥도날드’는 햄버거 판매로 돈을 번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경력사항

  •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64호 64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305
어제
3,615
최대
14,381
전체
1,986,623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