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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촌스러운 韓國男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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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saeva@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3월 0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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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숫자 늘리는 방향만 생각했기에
스스로 패션의 다양성 망가뜨리고
커다란 시장 2년여 만에 없애는 지경 이르러

일본은 그야말로 ‘만화의 왕국’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중 특히 부러운 것은 전문지식을 자랑하는 특정 분야에 관한 만화들입니다.


스포츠만화의 대표작 ‘슬램덩크’나 초밥의 세계를 알려준 ‘미스터 초밥왕’, 일본 전역의 철도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소개한 ‘에키벤 철도 도시락 여행기’와 와인을 유행시키는 데 일조한 ‘신의 물방울’ 등 물론 일본 만화 특유의 과장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만화들을 볼 때마다 보통의 일본인들이 전문적인 분야에 그리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워짐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일 듯합니다.

몇 년 전 모 방송의 뉴스보도가 불을 지핀 논쟁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일부 여행사에서 유럽 단체 여행객들에게 등산복 착용을 자제해달라고 했는데, 원색의 등산복을 입고 몰려다니는 한국 관광객들 때문에 부끄럽다는 의견과 옷을 입는 자유까지 통제한다는 건 지나치다는 내용입니다.


넷 공간에서 활활 불붙었다가 결론 없이 슬그머니 잊히기는 했지만 보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옷 입는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시간과 장소에 따른 예의나 격식을 따진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은 본래 서양의 것이어서 대부분 그들의 격식을 차용해야 했고 그 이유로 우리 사는 방식과 맞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그나마 여성들은 타고난 미적 감각이나 화장을 통해 얻어진 색조에 대한 센스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남성들에 비해 옷을 잘 입는 편입니다. 각종 정보채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른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縞野やえ작가의 ‘服を着るならこんなふうに’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옷을 입는다면 이렇게’ 정도가 될 겁니다. ‘사토’와 ‘타마키’라는 남매가 주인공이죠.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토가 동창회에 갔다가 친구들이 세련되게 변한 것에 충격을 받고 ‘옷 잘 입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동생 타마키의 도움으로 세련되게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만화의 장점은 ‘유니클로’나 ‘무인양품’같은 부담스럽지 않은 브랜드를 이용해 기본 코디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트렌드가 발전하는 모습이나 고가 브랜드에 대해서도 가볍게 언급하여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년남성들도 본인이 멋있게 보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생활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만남과 모임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면 조금 더 자신을 돋보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본능 아니겠어요? 해본 적이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를 뿐이죠. 위의 만화에는 옷을 입는 방법에 대한 고전적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저렴한 가격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이용하면서도 하의를 중심으로 컬러를 맞춰 코디하는 방법부터 슈트, 쿨비즈, 이지재킷 등 구체적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 TPO에 관한 것이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 등이죠.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교과서적인 이야기라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는 사실들입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응용하는 게 너무나 다른 것처럼, 방법을 알지 못하면 실천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경제력 있으나 원색 등산복만 입는 중년남성
자연스럽게 고객으로 유입할 방법 연구해야

고성장의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경쟁자는 너무도 많아졌습니다. 백화점이나 가두상권에서 무리지어 경쟁하던 시대에서 저가 패스트패션, 인터넷과 모바일 홈쇼핑 브랜드들과의 경쟁, 심지어는 다른 분야와의 경쟁이 일어난 것도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경영하는 방식은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벤치파카로 불리던 롱패딩이 주류가 된 건 2017년, 그리고 작년에는 모든 브랜드가 등판 로고만 다른,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쏟아내었습니다. 이제는 그걸 ‘김밥’이라고 부릅니다. 그 유행은 아마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단기간 숫자 늘리는 방향만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패션의 다양성을 망가뜨리고 커다란 시장을 2년여 만에 없애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이라도 정해진 경기상황에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일례로 경제력은 있으나 옷 입는 방법을 몰라서 원색의 등산복만을 입는 중년남성들을 자연스럽게 우리의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어떻게 옷 잘 입는 방법을 전달할지’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하겠죠.


중년남성을 고객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드라마를 보지도 않는 그들을 위해 유명 드라마에 협찬을 하고, 유명 칼럼니스트를 고용해서 보지도 않는 잡지나 블로그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2015년 국내 개봉한 ‘킹스맨’,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멋진 슈트를 입은 주인공의 모습을 잊지 못했습니다. 의도한 바인지 모르겠지만 그 영화는 슈트에 대한 환상을 모든 남성과 심지어는 여성들에게도 심어주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슈트에 대한 생각이 퍼진 것처럼 옷을 입는 행위나 방법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퍼트릴 수 있는 수단이 있을 겁니다. 

각종 음식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는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거나 ‘주말 사용 설명서’같은 내용의 ‘패션 사용 설명서’를 생각할 수도 있을 거고요. 위에 설명한 일본만화처럼 그런 만화를 만드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나만 잘되면 그만’이 아닌,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실행해야 될 때가 이미 많이 지나버렸습니다. 이제 누구라도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다른 분야로 옮겨가신 업계 CEO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남자들이 이렇게 옷을 못 입는 건 모두 우리 책임이다. 그들에게 옷 입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매번 같은 옷만 만들어 당장의 매출 올리는 것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해야 합니다. 우리의 고객인 중년 남성들이 어떻게 하면 멋지게 옷을 입도록 할지 방법을 고민하고, 또 그에 맞는 옷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남은 일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야 비로소 죽어가는 시장이 더 줄어들지 않을 테고, 대한민국 중년남성의 패션 스타일을 망친 죄의식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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