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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한국의 명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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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3월 25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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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서재필은 곧 결혼을 하게 되고 조카 형식은 그를 위해 넥타이를 선물하기로 합니다.백화점을 어려워하는 재필을 끌고 선물을 사러 간 형식은 그동안 공부한 명품 넥타이의 이름을 대며 판매원에게 재고 여부를 문의합니다. 그때 나온 이름들이 ‘에르메스’ ’밀라숀’ ’구찌’ ‘던힐’ 등입니다.


위의 에피소드는 1976년 문학사상에 연재를 시작해 1980년 단행본으로 발매되고 1991년에는 TV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된 이병주 작가의 ‘행복어 사전’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유류파동으로 전 세계 경제가 힘들고 그 외 정치 사회적인 문제 때문에 더 어려웠던 1970년대 말에도 국내 소설에 까지 등장했던 럭셔리 명품은 지금은 더 큰 몸집으로 살아남아 세계 패션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추정 세계명품 시장규모는 2017년 보다 4% 상승한 3,321억 달러가 예상되며 이는 한화로 약 371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장은 2023년에는 12% 상승한 3,731억 달러로 더 커질 거라고 합니다.


국내 명품시장의 규모는 2017년 약 15조 3,368억원으로 추산되며 그 규모는 세계 7위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명품가방 시장의 규모는 이미 종주국인 프랑스, 이탈리아를 넘어서 미국, 중국, 일본 다음의 세계 4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국가 전체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와 12위를 왔다 갔다 하는 한국GDP를 고려해보면 엄청난 크기와 성장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 패션시장의 성장율은 3~4%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그나마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제로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규모를 떠나 국내 패션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시장의 역성장과 명품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고 해외의 유명 브랜드들을 수입해 국내 유통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자체 개발한 브랜드들은 역신장하는 가운데 수입 사업은 더 큰 신장세를 기록하면서 각 업체의 든든한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이런 시도가 오랜 세월 되풀이되면서 점점 무게중심이 수입 명품 브랜드 유통위주로 업계구조도 변화하고 있으며 유통업계 총 매출의 40% 이상을 명품들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업계 입장에서도 수입 명품을 유통하는 것이 인력구조나 경비구조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입니다. 자체 기획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생산 할 수 있는 하부구조 구축부터 관리인력, 경비뿐 아니라 상품기획 인력과 비용도 몇 배가 필요합니다. 


또 비용 대비 아웃풋의 성공여부도 확실치 않습니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의해 움직이는 수입 브랜드에 비해 모든 전략도 자체 인력으로 세워야 합니다. 이 모든 걸 감안하면 수익과 단기성과가 우선시되는 국내기업들의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끝없이 반복되다 보니 소위 말하는 명품시장에서의 한국브랜드의 기여도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해외업체들로의 종속도 날로 심화되고 있어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그들의 전략대로 움직이는 수입대행 업체 정도의 역할만 하게될런지도 모릅니다.


패션업체의 경영진들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선진 노하우를 배워서 국내브랜드에 접목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보겠다고. 그러나 국내브랜드들은 단기적 목표에 휘둘리면서 숫자를 따라가는 근시안적 경영으로 하나둘 사라지고 있어 그들의 이야기는 수입명품을 해야하는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변명이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 명품업계를 대표하면서 포브스지 선정 재산순위 3위를 기록한 LVMH 의 오너 ‘베르나르 아르노’는 ‘꿈을 판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물건이나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을 판다’고 했으며 ‘예측불가능하고 비이성적인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없으면 그들의 DNA속에 숨어있는 재능을 발견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어렸을 적 일본의 전자제품은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소니로 대표되는 그 또렷한 화질의 TV는 돈을 벌면 꼭 사고 싶은 제품이었습니다. 마지막 브라운관의 명품이라고 일컬어지는 ‘트리니트론’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 명품입니다. 


그 시절, 한국의 TV는 일본의 기술을 카피하는 수준이었고 TV는 가지고 싶으나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수준 낮은 삼류 제품이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빨랐다고 하는 시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디지털 초창기의 명품은 ‘파이오니어’의 ‘쿠로(黑)였습니다. 가장 검은색을 잘 구현했다고 알려지고 있는 그 제품을 덕후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TV시장을 완전히 재편한 제품은 그들보다 화질이 좋거나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삼성 ‘보르도 TV’가 그 주인공으로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는 바로 디자인이었습니다. 그 후 일본의 TV/디스플레이 산업은 완전히 무너져 삼성의 1위는 완벽한 독주체제로 접어들었습니다.


패션과 전자산업은 다를지도 모릅니다. 디지털로의 전환이 한 발 앞섰던 한국의 노력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능보다 다른 포인트로 승부를 걸어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삼성TV나 ‘APPLE빠’라는 말까지 나오는 아이폰의 사례만 생각해도 꿈을 심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그걸 통한다면 세월을 뛰어넘어 명품의 지위를 바라보는 자리까지 가는 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아직 한국에는 남아있는 국내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부터 영캐릭터 브랜드, 그리고 ‘갤럭시’, ‘빈폴’, ‘헤지스’, ‘타임’, ‘구호’같은 브랜드들이 수많은 수입명품 브랜드들과 싸우면서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들의 생명력이 다하지 않았을 때 최소한 중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각 업체별로 한국의 명품 브랜드를 하나라도 육성한다면 매일 경기상황에 시달리면서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 커져가는 명품시장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를 육성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아모레퍼시픽의 예가 아니더라도 숫자와 실적이 아닌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소비자들에게 주는 한국의 명품이 하나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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