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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無에서 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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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4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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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스티브 잡스>


짧은 인류의 역사에서 많은 새로운 것들의 발명이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 왔습니다. 굳이 많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석기, 청동기, 철기 등 삶의 방식을 바꾼 것들의 이름으로 시대구분마저 나뉘어져 있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서양이 세계를 지배했던 근간이 되는 소위 산업혁명이라는 것도 증기기관을 비롯한 새로운 것들이 도입된 이후였고 그걸 바탕으로 한 수많은 발명들은 때로는 삶을 윤택하게 때로는 삶을 위험하게 하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발명들은 20세기 이후 더욱 가속되었고 컴퓨터의 발명은 마침내 그 길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인 21세기의 인류의 삶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기기로 인해 이전과는 완벽하게 다른 생활양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 기기는 바로 지금도 우리 곁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 입니다.


 스마트폰은 1992년 IBM이 선보인 IBM사이먼이 최초라고 합니다 (아마 기억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 이후 지금은 없어진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2007년 출시된 애플사의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아이폰은 그 후 여러가지 모델 체인지를 거쳐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이를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가장 위대한 혁신가나 창의성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IMF 이후 치열해진 경쟁을 해결하고자 각 기업들이 던진 화두는 창의성 이었습니다. 각 기업체들마다 이를 주제로 워크숍을 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기업체들의 연수원마다 혁신이나 창의적인 인재들에 대한 과목이 개설되었고 신입사원 면접에서 창의성은 가장 중요한 픽업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월이 20여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기업에서, 특히 패션기업에서 창의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별로 없던 것 같습니다. 창의성이 화두가 된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 단어는 기업들의 숙제가 되어 있고 실패의 원인으로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조직문화나 각 개인들의 능력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비단 국내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이 쓴 책 ‘이노베이터’(원 제목 the INNOVATORS)의 국내판은 색인포함 무려 746페이지로(원서는 488페이지) 12개의 챕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꺼운 책에서 저자는 혁신과 창조가 가장 빈번히 일어나야 할 디지털 분야를 예로 들면서 그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예를 든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창조와 혁신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 그것이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는 못한다는 걸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라는 말로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점을 연결하는 걸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진정한 창조와 혁신은 

없던 것에서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닌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연결시키는 것

“창조라는 것은 그냥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창조적인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제로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뭔가를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은 그들이 경험했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스티치 픽스의 설립자인 카트리나 레이크 는 스티치 픽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온라인에 수백개의 제품이 있지만, 상황이나 그때의 패션 트렌드에 따라 개개인이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스티치 픽스는 여기서 기회를 봤습니다” 


스티치픽스는 고객의 스타일에 맞게 옷과 액세서리를 추천 하고 고객은 마음에 드는 걸 제외하고 다시 업체에 돌려보내는 새로운 형태의 패션사업을 시작합니다. 패션사업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얘기하고 패션사업의 넷플릭스 라고 평가받는 바로 스티치 픽스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사업모델은 간단합니다.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스타일리스트들이 추천하는 것,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은 반품받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해서 각 개인의 철저한 취향을 분석한다는 것.우리나라 많은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과 다른 점은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서 추천한다는 점이라서 이를 시행하려면 정교한 데이터분석이 필요하기에 100여명에 가까운 데이터과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빅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도, 사회가 발달할수록 각 개인의 디테일한 개인적인 욕망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개별적인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도 우리 업체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것들입니다. 하지만 스피치픽스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잘 연결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만들어 냈습니다.


 무신사는 공식적으로 2003년 무신사닷컴 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가장 혁신적인 온라인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입점 브랜드는 3000여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TV 홈쇼핑이 처음 시작된 것이 1992년이고 온라인 쇼핑몰이 1996년에 시작된 것을 보면 사실 시작도 빠른 편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포화하고 있는 시장에 단기필마로 뛰어든 것과 다름없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컨텐츠와 커머스의 조화, 독자적인 PB의 개발, 무명의 스트리트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인큐베이팅에 힘쓰는 다양한 노력 등을 통해 패션 온라인 플랫폼의 대표적인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교육을 받으러 연수원에 들어갔을 때 창의성에 관한 질문중의 하나는 벽돌로 할 수 있는 걸 예로 들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정적인 생각을 깨는 예로는 아주 훌륭한 질문이었겠지만 그 후로 머릿속에 박힌 건 무언가 새로운 걸 창조해내야 그것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이라는 정의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창의성의 개발이 멈춘 건 그 지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유명한 에디슨도, 미국에서 에디슨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천재과학자 테슬라도, 그리고 스티브 잡스도 하늘아래 새로운 것들을 탄생시킨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폰도 그 전 이미 존재했던 것들을 잘 융합하여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내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이노베이터’의 표지에는 그 책을 소개하는 글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그리고 그 비밀은 협업과 연결, 융합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사회가 복잡하고 불확실해 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창조와 혁신, 창의성의 발현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창조와 혁신은 없던 것에서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고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연결시키는 것들입니다.


매번 새로운 걸 탄생시키기 위해 창의성을 얘기한다면 아마도 성공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금도 창의적인 인재를 찾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혁신을 하려는 기업들이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얘기처럼 과거와 미래를 경험으로 연결하고 과학과 문화를 연결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한 혁신적인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고 불확실한 시대의 선도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때입니다.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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