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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아날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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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7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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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2>
 

약 2년여 전에 재미있는 책이 한 권 소개되었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제목의 그 책은 디지털로 모든 것들이 변화해가는 이 시대에 아직 남아있는 아날로그, 다시 살아나는 아날로그에 관해 다룬 책이었습니다. 


9개 분야의 예를 들면서 디지털 유토피아로 가는 도중 작은 아날로그의 반격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 책에서 저자인 ‘데이비드 색스’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용이 큰 아날로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소개합니다.


완전히 죽어버린 줄 알았던 레코드판이 다시 나타나고 스마트폰으로 너무나 훌륭한 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도 필름카메라를 말합니다. 보드게임, 종이와 인쇄물의 예를 들면서 사라지지 않은 아날로그의 흔적을 찾습니다.


물론 억지로 예를 든 것들이 없지 않지만 디지털의 속도가 훨씬 빨라진 지금도 아날로그는 죽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의 영역을 작지만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이 책에서는 아날로그가 자신의 영역을 다시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를 즐거움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 오감의 만족 등 정서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지요. 


‘정서와 관련된 모든 단어가 아날로그 영역에 있었어요. 반면 디지털 영역은 모두 완벽함과 속도에 관한 단어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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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 썸머폴로 프레도 전지현>


아날로그가 한국어 제목 그대로 ‘반격’을 하거나 영어 원 제목대로 ‘REVENGE’ 하기에 지금의 상태대로 라면 힘에 부쳐 보입니다. 넓은 세상 어딘가 구석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서 더 이상 그 영역을 잃어버리지 않는 정도만 해도 대단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막연히 아날로그를 그리워합니다. 


인간적인 감성이 점점 더 사라져가고 기술과 속도가 일상이 된 지금, 심지어 디지털 속에서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도 아날로그를 찾아다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카메라 어플 ‘구닥’이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고 전형적 아날로그인 라디오와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팟캐스트’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최근 가장 큰 트렌드는 아날로그와 복고를 모두 포괄하는 ‘뉴트로’이기도합니다.


1998년 ‘휠라’는 디스럽터(DISRUPTOR)라는 크로스 트레이닝 라인(CROSS TRAINING LINE)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20년 후 성공했던 제품을 다시 복각해 디스럽터2(DIRUPTOR2) 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지요. 이 제품은 레트로 트렌드와 스트리트 패션, 어글리슈 등 모든 트렌드와 맞물려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신발 전문 미디어인 풋웨어 뉴스 에 2018년을 대표하는 신발로 소개되었습니다.


7080 세대가 과거를 그리워하고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한 번도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오히려 예전 것들에서 신선함을 느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그런 것들에게서 오히려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익선동 같은 곳도 그들에게는 힙한 장소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들은 물질적 풍요 속 속도와 경쟁, 대면 접촉보다는 비대면 대화에 더 익숙하기에 따뜻함 같은 것들을 그리워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들이 자라나면서 결핍되었던 인간적인 환경에 대한 역설적인 그리움. 어쩌면 그런 것 들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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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스타일을 선보인 혁오(왼쪽)와 그룹 잔나비>


2013년에 개봉했던 ‘HER’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미래의 어느 도시, 빌딩 가득한 곳(영화 속 배경은 ‘상하이 푸동’입니다)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는 주인공 ‘테오도르’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AI프로그램을 구입하고 마침내 사랑에 빠집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은 편지 대필 작가. 범람하는 SNS 세상 속에서 이 같은 직업을 상정했다는 것이나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들이 복잡하면서 외로운 미래와 아날로그로 움직였던 과거를 대비시켜 오히려 이 사회의 외로움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입는 옷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복고적인 옷들. 스타일링도 배 바지를 일부러 강조해 아날로그로 움직였던 과거와 빌딩숲으로 가득한 디지털의 차가운 미래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고독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라는 평을 받았던 ‘HER’에서 처럼 우리의 삶이나 현실이 너무 차갑기 때문에 따뜻한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뉴트로’ 라는 것도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패션에서는 뚜렷한 트렌드가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손쉽게 썼던 방법이 복고 였습니다. ‘유행은 돌고돈다’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사실은 뚜렷한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 때문에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 냈던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최근의 ‘뉴트로’는 잠시만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전체 사회가 움직이는 방향성입니다. 


0과 1로 움직이는, 거스를 수 없는 차가운 미래. 그것들이 발전할수록 더 그리워지는 정서적인 부분들. 휠라가 이런 움직임을 읽고 과거의 제품을 복각했는지, 우연히 맞아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좋은 예가 생긴 것처럼 다른 업체들도 그런 움직임을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의 불투명한 트렌드나 예측보다 어쩌면 지나간 과거의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링크를 한 번 더 살핀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하나의 힌트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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