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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세계 5대 패션위크 아닌 세계 유일의 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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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UX’ 디렉터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3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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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시즌이 되면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는 새로운 컬렉션이 선보여진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음악과 퍼포먼스까지 상상 이상의 자본과 인력이 길어봐야 20분 남짓의 작은 무대를 위해 총동원되는 런웨이는 현대 예술의 복합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모든 것들이 압축돼 선보여지는 무대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가? 이 ‘패션쇼’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왔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요즘이야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실시간으로 버버리나 발렌시아가의 새 컬렉션을 접하고 심지어는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신상’을 사버릴 수도 있는 시대라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뉴욕과 파리에서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는지 알려면, 현지에서 유행이 시작되어 미디어가 이를 다루고 그 기사들이 다시 한국의 잡지에 실리기까지 빨라도 몇 달은 걸렸다. 

 

세상은 바뀌었고 시간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시계를 더 돌려서 대략 중세시대의 유럽을 떠올려보자. 물론 패션과는 완벽하게 반대쪽 어딘가로 추정되는 곳에 위치한 군대에도 나름의 패션이 존재하는데(아아, 칼주름이여…) 당시의 유럽이라고 유행이 존재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중세시대 어느 연회에서 어떤 귀부인이 훌륭한 드레스를 입었다고 소문이 나면, 그녀의 드레스를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입소문이 퍼질 것이고, 그렇게 유명세를 얻은 ‘옷장이’에게는 유럽 각지의 귀족들로부터 비슷한 스타일로 더 멋진 드레스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폭주하는 식으로 당시의 유행은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퍼졌다고 한다. 

 

지금이나 그때나 ‘인싸’들은 존재했고, 잘나가는 사람들의 스타일이 유럽 전역에 유행하게 되는 사이클은 지금이나 그때나 전혀 달라진 바가 없는 셈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이 모든 프로세스가 너무 느리다는 점에 있다. 

 

지금도 키톤(Kiton)의 수트를 구매하면, 재단사가 세계 어디라도 날아가 고객의 몸 사이즈를 재고 돌아가 옷을 만드는데, 당시에도 소문난 옷장이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말을 타고 직접 가서 부인의 사이즈를 직접 쟀다고 한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란 말인가. 

 

그래서 어떤 천재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새로운 옷들을 만들어 놓고, 각지의 부인들을 아뜰리에로 불러 모아 그 자리에서 새 컬렉션들을 보여주고 주문까지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콧대 높은 귀부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유행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따라가고자 하는 욕구 앞에서는 자존심도 문제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가 ‘쿠투어 컬렉션’이라 부르는 패션쇼는 이렇게 시작됐다. 즉, 디자이너의 아뜰리에에 옷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새로 나온 옷들을 보여주고 주문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라는 것이 패션쇼의 본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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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떠들썩한 잔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 여파로 2020년 3월에 2020 F/W 서울 패션위크가 전면 취소된 이후, 2020년 10월에는 2021 S/S 서울 패션위크가 처음으로 전면 무관중 디지털 패션쇼로 진행됐다.

 

 2021 F/W 서울 패션 위크 역시 3월 22일부터 27일까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서울 패션위크는 떠들썩한 분위기의, 관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패션인들의 파티일 것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과 또 그들의 패션을 다루는 수많은 카메라들, 그리고 세계에서 초청된 바이어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왁자지껄 일주일동안 진행되는 큰 잔치와 같은 패션쇼를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그림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보기 힘든 광경일 것이다. 이제 막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빨라야 올해 말이 되어야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들려오고 있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집단 면역이 형성될 나라 중 하나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예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시기는 아마도 빨라야 내년 후반기나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 패션위크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방식이 몇 시즌 더 유지될 것이라 예상된다. 

 

과거의 라이프로 돌아간다 해도

이쯤에서 질문 한 가지. 만약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온다면 서울 패션위크 역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답인 것일까?  

 

작년 이맘때를 떠올려 보면 우리는 그 사이에 이미 많이 달라져 있음을 깨닫곤 한다. 그것은 단지 마스크가 이제는 몸의 일부처럼 느끼게 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달라졌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의 형태 역시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흔한 라이프스타일이었지만, 지난 1년동안 사람들은 더 이상 극장에 갈 수 없게 되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다른 방식의 매체를 통해 영상을 보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제 다시 영화관을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된다 해서 예전만큼 극장에 사람이 붐빌지는 알 수 없게 됐다.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쏠쏠한 재미만큼이나 집에서 큰 화면으로 치킨에 맥주를 먹으면서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맛도 색다르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의 패션위크가 될 마지막 기회

‘비대면’이라는 듣기 거북하고 인간미 떨어지는 표현이 어느덧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뉘앙스로 바뀐 이 시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모든 패션위크들이 같은 선상에서 다시 출발하는 지금이 서울 패션위크로서는 정말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세계 5대 패션위크에 들어가는 행사로 만들겠다’라는 모토로 노력과 자본을 쏟아 붓기는 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한 실패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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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2020 가을/겨울 컬렉션>

 

 

꼭 모델들이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패션위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수많은 젊은 콘텐츠들이 관심을 끌고 있는 지금, 넷플릭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새 컬렉션을 입고 등장하면 어떻고, BTS의 뮤직비디오 자체가 디자이너의 옷으로 가득하면 또 어떠하며, 풀 컬렉션이 실제 옷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선보여지는 것은 또 어떻고 웹툰 형식으로 컬렉션을 만드는 시도는 또 어떻단 말인가. 

 

어쩌면 서울 패션위크가 그렇게 원해왔던 ‘세계 5대 패션위크’라는 개념은, 그저 남을 따라가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 뒤에 서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안일한 사고가 만든 수준 낮은 목표였는지도 모르겠다. 

 

박태웅 한빛 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한 칼럼에 따르면, 우리는 그동안 앞선 국가들이 실패하며 얻어냈던 결과물들을 답습하고 따라잡으며 달리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혹은 ‘왜’에 대한 고민 없이, ‘어떻게’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됐었다. 어떻게 싸게 만들지, 어떻게 비슷하게 만들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면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따라갈 8개의 나라만 바라보고 쫓아왔다. 

 

즉,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과 ‘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며, 누군가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누구도 내려 본 적 없는 새로운 것들을 ‘정의’해야 한다. 

 

기존의 패션위크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과감하게 탈피해서 새로운 형식의 패션위크, 그리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세계 5대 패션위크가 아닌 세계 유일의 패션위크로 존재하는 것, 가능하지 않을까? 정말로 서울 패션위크가 도약을 꿈꾸어왔고 꿈꾸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다시없을 기회가 찾아온 것일 테니.​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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