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또 하나의 패션위크 주입식 디자인에서 벗어나라 > 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올림픽은 또 하나의 패션위크 주입식 디자인에서 벗어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학림 21CB 디자이너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7월 26일 URL 복사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ff5eac1826220d097f81e8902a93f098_1627193022_5765.jpg

<2020 도쿄올림픽 미국 개·폐식 유니폼 (폴로)>

 

국내에는 ‘골판지 침대’와 ‘후쿠시마산 농산물’이라는 키워드로 더 잘 알려진 듯하고 일본 내부에서도 걱정이 태산인 것 같지만, 코로나라는 전에 없던 스트레스로 2년째 시달리고 있는 ‘일반 사람들’로서는 그나마 올림픽 같은 굵직한 국제 대회가 열려 즐길 거리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올림픽을 즐기는 방식이야 다양하겠지만, 패션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선수들의 의상을 살펴보는 것 또한 올림픽의 묘미이기에 참가국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개성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니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미국 유니폼 이야기

스포츠와 패션이 어우러지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또 원단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마치 중산층의 벌이가 좋아지면서 맞춤복 컬렉션(Couture Collection)과 기성복 컬렉션(Ready to wear Collection)의 경계가 모호해지듯 ‘운동복’과 ‘평상복’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면서 스포츠와 패션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와 함께 패션 브랜드들의 시선도 달라졌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거대한 규모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물론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고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는 바로 ‘Polo by Ralph Lauren’이 아닐까. 

 

폴로는 2008년부터 미국 올림픽 대표팀의 공식 스폰서로서, 이번에도 예외 없이 ‘가장 폴로스럽고 가장 미국스러운 유니폼’을 선보였고, 당연히 이번 선수단 유니폼들은 모두 ‘한정판’으로 전 세계의 폴로 매장에서 판매된다. 

 

ff5eac1826220d097f81e8902a93f098_1627193043_5866.jpg

<2020 도쿄올림픽 미국 경기 유니폼(나이키)>

 

동시에 미국 선수단의 또 다른 스폰서는 다름아닌 ‘Nike’이다(누구나 예상 가능한).

 

즉, 미국 선수단은 개·폐회식을 포함한 공식 행사에는 폴로의 유니폼을 입고 참석하고, 실제 경기에는 나이키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폴로와 나이키를 입는 미국 대표팀이라니, 이거야말로 ‘자본주의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조합이지 않은가(이때 BGM는 릭 데린져의 ‘Real American’이라면 금상첨화)!

 ff5eac1826220d097f81e8902a93f098_1627193218_9939.jpg

<2020 도쿄올림픽 미국 유니폼>

영국의 모즈룩과 캐나다의 파격적인 프린트  

이번에는 영국으로 가보자. 

 

영국의 이번 도쿄 올림픽 유니폼은 영국 스트리트 패션의 선두주자인 ‘밴 셔먼(Ben Sherman)’이 맡았다. 그리고 밴 셔먼이 유니폼을 맡았다는 것을 듣는 순간, 우리의 머리에는 하나의 모범답안이 번개처럼 떠오른다.  

 

“MODS!” 

 

그렇다. 밴 셔먼은 이른바 ‘모즈룩’의 시대였던 1960년대에 모즈들 사이에서 흥했던 브랜드이며, 당연하게도 이번 영국 올림픽 대표팀 유니폼 역시 60년대 모즈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왜 굳이 모즈일까? 이에 대한 답변을 조심스레 유추해보자면,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가 결코 런던 못지않은 (개인적으로는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스트리트 패션의 또 다른 성지라는 사실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이번 올림픽 유니폼 디자인 중에서 가장 독특한(훌륭하다는 표현은 아니지만) 디자인은 바로 캐나다였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백화점 업체인 허드슨 베이(Hudson’s Bay)는 리바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발표했는데,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얻어 그래피티에 일본어까지 프린트된 파격적인 유니폼이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파격적이라는 점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ff5eac1826220d097f81e8902a93f098_1627193247_7757.jpg

<2020 도쿄올림픽 한국 유니폼>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유니폼도 단복과 경기복의 스폰서가 다르다. 대표팀 단복은 코오롱FnC에서 제작을 맡았는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서 영감을 얻어 옥색 재킷과 흰색 바지를 선보였다. 그리고 경기복은 노스페이스가 진행했는데,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미묘하게 구차하다는 느낌이다.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널리고 널린 모티브 중에서 하필이면 고려청자에 이조백자라니! 빌보드 챠트를 한국의 팝밴드가 8주째 점령하고 있고, 스케이트보드와 3대3 길거리 농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선보이는 2021년의 관점으로 보기엔 너무 고리타분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옛것을 가져오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 특징도 없는 옥색 재킷과 흰색 바지를 만들어 놓고 청자·백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쌍팔년도식’ 접근법이지 않을까? 

 

어떻게든 태극무늬를 어딘가에 새겨 넣고야 말겠다는 디자이너의 굳은 신념이 물씬 묻어나는 트랙수트 역시 구차하긴 마찬가지이다. 마치 세상 바뀐지 모르고 길가는 외국인에게 “두유 노 김치?”를 시전(始展)하는 동네 노는 형의 모습 같달까? 

 

거기에 마치 ‘삼선 슬리퍼’가 연상되는 기묘한 느낌의 운동화까지, 이번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 유니폼을 네 글자로 정확하게 표현해보자면 ‘구.닥.다.리’일 것이다. 

 

지난 리우 올림픽 당시의 대한민국 유니폼은 포비스가 선정한 베스트 5에도 뽑혔을 만큼 훌륭했고 세련됐었기에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보여지는’ 스타일 시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끈 유니폼은 바로 나이키 SB에서 제작한 스케이트보드 선수용 유니폼이다. 나이키 SB는 나이키의 스케이트보드용 레이블로,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프랑스, 일본, 브라질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협찬하고 있다.

 

세련된 컬러 조합이 눈길을 끄는 동시에 미국 유니폼에는 성조기의 줄무늬를, 프랑스 유니폼에는 에펠탑을, 일본 유니폼에는 후지산을 형상화 한 그래픽을 넣는 식으로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이제 올림픽은 단순히 운동을 겨루는 ‘세계체육대전’이 아니라 각 국의 운동 실력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선보이는 공식적인 무대가 됐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더 이상 전쟁 중인 나라가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이다. 이제는 “두유 노 갱냄스타일?”을 묻는 시대가 아니라, 저쪽에서 물어올 수많은 대한민국에 대한 질문에 가장 세련되고 현명한 답을 해줘야 하는 시대, 즉 ‘보여주는’ 시대가 아니라 ‘보여지는’ 시대이다. 

 

더이상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단일 민족의…’로 시작해서 ‘고려청자와 이조백자는 우리들의 자랑이고 태극기는 한민족의 얼을 상징하는…’으로 끝내는 주입식 디자인이 아닌 2021년의 대한민국이 떠오르는 디자인을 고민해야 할 때이지 않을까? ​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64호 64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1,192
어제
4,488
최대
14,381
전체
2,011,293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