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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왜 ‘나’를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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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대표 (mkcho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6월 1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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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통합 슬로건을 내놓고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여기 ‘가전은 역시 LG’라고 외치는 기업이 있다. 서태지의 노래 컴백홈을 부르는 삼성은 ‘가전을 나답게’라며 가전도 이제 맞춤 시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가전의 라이벌답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보는 소비자는 즐겁다. 

 

디자인도 훌륭하고 기술도 훌륭하고 점점 새로운 기술로 인간을 편하게 해주고 있다. 하나 아쉬운 것은 경쟁을 해도 가격은 비싸지는 것. LG는 오브제 컬렉션이라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을 선보이면서 고급라인을 만들었고 시그니처라는 최고가의 라인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라인 자체를 나누진 않았지만 셰프 컬렉션도 선보이고 최근에는 비스포크를 가장 밀고 있다. 두 기업 다 개인 취향을 맞춰주면서 가격은 맞춰주진 않고 있다. 

 

가전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 따위의 전기기기 제품’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10년 전만 하더라도 가정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환경이나 신기술을 강조하거나, 주 사용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요즘 광고에는 가전이 작품이 되기도 하고 인테리어의 주요한 아이템으로 소개되곤 한다. 심지어 이제 개인에게 맞춘 가전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이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통합 슬로건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삼성뿐만 아니라 많은 TV 광고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속에는 우리보다는 ‘나’를 강조하고 있다. 2020~21년에 등장한 국내 광고 카피 몇 개를 살펴보자.

 

내 취향대로 꾸미는 음악 SNS / 취향대로 머물다 / 밀키트는 마이 셰프 / 나는 청년이다 / 나답게 올바르게 씀 / 나는 향기로 스타일링한다 / 가장 나다운 나를 위한 요즘 영양 설계 / 내 인생 언제나 브라보 / 내 손 안의 생생한 강의실 / 나를 가꾸는 일도 나만의 기준에 맞게 / 나를 리스펙트 / It’s my fit / 너무 수고해버린 오늘의 나에겐 / 내 몸을 메이드 / 내 차 사는 신기술

 

위 열거된 카피들 외에도 ‘당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표현까지 찾아본다면 훨씬 많은 카피가 있다. 왜 시장에서는 ‘나’를 이렇게 찾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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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배민카드’ >

 

1인 가구 시대를 산다 

가구란 1인 이상이 모여서 취사, 취침 등 생계를 같이 하는 생활 단위이다. 가구는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도 포함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30.4%에 이른다. 

 

5년 전보다 9.1%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20대의 55%, 미혼자의 60%가 앞으로도 혼자 살 생각이라고 밝혀 1인 가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019년 1~2인 가구 수는 57%가 넘는다. 시장에서 더 이상 4인 가족 중심의 기준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을 주도하고 소비를 이끄는 사람들이 4인 가족의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 1~2인 가구들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시장을 변화시키는 큰 원동력 중의 하나이다. 소비의 중심도 1~2인 가구로 이동하니 그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생존할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책임지던 대형마트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온라인 커머스나 편의점 등 소위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에서 경쟁력이 높은 업태들이 그의 반대급부를 누리고 있다. 물론 팬데믹 상황이 시기를 앞당겨 주고 있지만 이미 시장은 이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나 배달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나 1~2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편의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은 다 이런 경향과 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의 모습들이다. 

 

기업들은 1~2인 가구 중심의 시장 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국가도 4인 가족 중심의 정책에서 빠르게 1~2인 가구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 정책 소외지대에 머무르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일코노미 청춘패키지’를 내놓고 우대금리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라이프제로’를 내놓고 개인 질병과 사고 위험을 집중 보장한다. 현대카드는 배민카드나 쏘카카드 등을 신한카드는 ‘Mr. Life’ 등의 상품을 내놓으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일 빠르게 대응하는 곳은 아무래도 유통업계다. 11번가는 ‘싱글슈머 기획전’을 열었고, 편의점들은 도시락이나 1인 맞춤형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과거 대용량 제품들로 재미를 보았던 생산자나 유통업계는 소포장 제품이나 1~2인 소비자가 좋아할 큐레이션 상품들을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티빙 같은 OTT 서비스들도 이런 추세에 맞게 성장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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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의 시대 소비자 권력을 얻다

산업혁명이라는 역사가 없었다면 인류는 여전히 농사 중심의 대가족 중심의 시대를 살고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가 만들어지고 공장이 돌아가면서 인류는 풍족한 삶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면서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비행기와 배들이 날며 세계 각국의 원자재가 나라와 나라를 오갔고 값싼 노동력과 서구의 자본이 만나면서 인류가 필요한 물건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이런 풍부한 공급은 산업화 초기 시장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던 공급자의 위상을 아래로 점점 끌어내렸다. 

 

거기에 더해 세계의 경제 수준이 전체적으로 균일해지는 상황이다. 이 말은 더 이상 경제 규모가 팽창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이다. 성장하지 않는 시장에서 소비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 

 

소비자는 이제 과잉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시장 권력을 얻었다. 시장 권력을 얻기도 했지만 노동에 대한 대가도 줄어드는 모순도 겪고 있다. 

 

소비자가 힘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규격의 상품이 아니라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신체조건이나 취향을 맞춰주는 공급자에게 시선을 돌린다는 의미이다. 대량생산으로 최저원가에 최대이윤을 추구하던 공급자가 이제는 소량맞춤 생산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에 나온 치약이 하나밖에 없다면 소비자는 그 치약을 쓸 수밖에 없다. 거기다 많이 생산되지 않는다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고 부자들만 상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 마트에 가서 치약 판매대를 보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소비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치약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서 소비할 수 있다. 

 

시장에 상품이 없어서 소비하지 못하는 시대는 끝났다. 살 만한 물건이 있는지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 소비자 주권 시대, 그 축에 개인이 있다.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MZ세대

영화 ‘친구’를 보면 김광규가 유오성의 뺨을 잡고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를 외치는 장면이 있다. 그 시대는 유오성이 아닌 아버지 즉 가족의 정체성이 자녀의 정체성까지 대변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교복을 입고 학생임을 보여주어야 했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밀레니얼이나 Z세대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도 않고 교련을 배우지도 않고 카세트테이프마다 들어있던 건전가요를 듣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졌고 X세대의 등장은 새로운 세대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었다. X세대들이 보여준 문화는 디지털 시대의 등장과 함께 더욱 폭발했다.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와 함께 인생을 시작한 그들은 ‘내’가 인생의 중심일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내 컴퓨터가 생기면 내 싸이월드가 생기고 내 버디버디가 생기고 내 페북과 인스타와 틱톡 계정이 생긴다. 

 

인생이 나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내’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산업발전 초기와 성장기에 자신의 성장이 아니라 가족과 조직의 성장이 최우선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와 달리 그들에게서조차 너의 삶을 살라고 조언을 받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성인남녀 1천 명 가운데 93.8%가 동의했고 89.2%는 ‘나는 충분히 타인의 취향을 인정해주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내가 존중받기 위해 타인의 취향과 시선을 존중하는 시대로 전환됐다는 결과다.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가 아니라 나의 발전과 성장과 취향과 관점이 중요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개인 중심의 시장에서 기업이 할 일은?

MZ세대의 특징은 ‘다양성의 존중’ ‘경험중시’ ‘가치소비’ ‘사회참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이 세대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서 자라났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해 가는데 기업이 시장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같다. 시대가 변해 가는데 과거 성공방정식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발전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한 유제품 업체의 오너는 과거의 방식대로 기업을 유지해오다 결국 사과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사모펀드에 지분을 다 넘기고 떠났다. 기업이 과거에는 정경유착을 하거나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더라도 크게 성장하고 시장에서 떵떵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기업은 시대의 흐름 즉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서는 버틸 수 없게 됐다. 

 

나를 외치는 시장에서 기업은 어떤 자세를 유지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

 

첫째,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모든 것을 이해하더라도 대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세대가 이해하면 된다.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다양한 구성원에 맡겨 세대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둘째, 디지털 세대가 일한 조직으로 재편하라. 대면보다 비대면이 편하고 말보다 키보드가 편한 세대들이 이제 세상의 중심이다. 꼰대들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해주던 조직이 아니라 MZ세대가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조직으로 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셋째, 소비자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해석하라. 소비자들이 쏟아내는 정보는 상상 이상이다. 단순하게 고객의 소리라는 엽서나 받던 시대가 아니다. 소비자는 직접 참여하길 원하고 의견도 실시간으로 쏟아내고 있다. 코드로 쌓이고 있는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찾아내고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경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시대, 시장이 ‘나’를 열심히 외치는 이유는 거기에 돈과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공급과잉과 디지털 혁명이 데려온 개인화의 시대는 시장의 속성과 구조를 다 바꾸고 있다. 개인에게나 기업에나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려워만 하기에는 앞에 드려진 성장의 기회도 많고 몰락의 위기도 가까이에 있다.

 

‘나’를 광고카피만으로 외칠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소비자)의 의미를 찾고서 다시 나(공급자)를 재정비하고 시장에 나서야 비로소 ‘나’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경력사항

  • 현 비루트웍스 CEO/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한양대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겸임교수
  • 전 신세계 백화점 CRM팀 과장
  •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과장
  • 타이드스퀘어 상품팀 부장
  • 삼성카드 브랜드팀 차장
  • 인스테리어 CMO
  • 저서 : <마케팅무작정따라하기>, <호모마케터스>,<21일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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