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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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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아 글쓰는 마케터 (atoz_story@naver.com) | 작성일 2021년 04월 1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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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마이징 바람이 심상치 않다. 과거 핸드메이드 분야에서만 강세를 보이던 이 바람은 현재 패션, 뷰티 등 모든 산업 분야로 향하고 있다. 

 

물론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은 고객에게 맞추는 마케팅 방법이다 보니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렵지만, 소비도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란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이 바람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참고로 커스터마이징이란 산업체나 수공업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맞춤 제작 서비스로, ‘주문 제작하다’라는 뜻의 ‘customize’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이란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제품과 서비스를 재구성해 판매하는 전략을 뜻한다. 

 

플리마켓에도 커스터마이징은 통한다

매주 금요일,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선다. 주말마다 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목적지는 어느 플리마켓. 나는 주말에 플리마켓 셀러로 일한다. 이 일은 취미이자 부업이며 사이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1,200㎜짜리 접이식 캠핑 테이블을 펴고 커다란 테이블보로 그 위를 덮으면 주말 일과는 시작된다. 내가 판매하는 아이템은 별자리 팔찌이며, 콘셉트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것이다.

 

액세서리 판매의 8할은 디스플레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내 테이블에는 액세서리용 디피 용품이 하나도 없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3,000원짜리 나무 도마와 1,000원짜리 원형 접시를 디피 용품 삼아 그 위에 액세서리를 진열할 뿐이다. 

 

그러니 디스플레이가 예쁠 리 없다. 하지만 나의 테이블은 자주, 손님들로부터 빙 둘러싸인다. 어느 플리마켓을 가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나는 마케터다.

 

마케터의 브랜딩…즉석에서 만들어드려요

핸디캡이 있다. 운전면허가 없다는 것. 면허가 없고 그래서 차가 없기 때문에 그럴듯해 보이는 디피 용품을 들고 다닐 재간이 없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콘셉트는 ‘원하는 대로 즉석에서 만들어준다’였다. 

 

완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고른 대로 만들어줘야 하니, 액세서리 부자재들을 테이블에 쭉 펼쳐놔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펜치를 들고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으면 “여긴 직접 만들어주냐”라며 고객들이 관심을 표했다. 이때 할 멘트 역시 준비돼 있다. 

 

“생일 알려주시고 체인 색깔 골라주시면 나만의 별자리 팔찌를 즉석에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려요.”

 

콘셉트에 맞게 플리마켓에 있는 동안 내내 펜치로 체인을 자르는 등 작업을 한다. 디스플레이가 예쁘지 않아도 아니 조금 너저분해도 괜찮다. 이곳은 판매하는 곳이기 이전에 액세서리를 만드는 작업 현장이므로. 

 

고객들은 자신의 주문대로 액세서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신기해하거나 좋은 기술을 가졌다며 감탄을 한다. 그럼 나는 감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뚝딱 별자리 팔찌를 완성한다. 미리 체인을 자르는 등의 작업을 해뒀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케터의 업 셀링…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려요

테이블에 온갖 펜던트를 줄 맞춰 놓아둔다. 별자리 팔찌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고객들은 체인 색깔만 정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제 팔찌에 추가할 펜던트를 고를 차례다. 

 

공주 펜던트를 추가할지, 열쇠와 자물쇠 펜던트를 추가할지, 이것저것 펜던트를 팔찌에 대어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상상이 되지 않는다면 판도라 팔찌를 떠올려보자). 이때는 고객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 펜던트를 추가할 때마다 업 셀링이 되기 때문이다.

 

펜던트를 추가할 때마다 팔찌 가격도 올라간다. 펜던트를 추가하는 개수만큼 지불해야 할 비용은 올라가지만, 보통 자신이 고른 대로 팔찌가 완성됐다는 만족감이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이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팔찌라는 의미 부여는 행복감까지 더해준다. 

 

지금 트렌드는 ‘나만의 그 무엇’

플리마켓에 주말을 반납하고 얻은 수익은 웬만한 직장인 월급을 넘어선다. 액세서리 디피 용품 대신 다이소 나무 도마와 원형 접시에 별자리 팔찌를 진열하고, 팔찌에 추가할 펜던트들도 어떠한 연출 없이 그저 일렬로 나열한 뿐이지만, 그런데도 쏠쏠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콘셉트 덕분이다. 

 

‘디피용품이 없어서 예쁘게 진열을 못 해요’는 ‘이 부자재들로 즉석에서 만들어드려요’로 탈바꿈시킬 수 있고 ‘펜던트를 추가하면 비용이 들어요’는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을 하세요’라고 마케팅 할 수 있다. 

 

핸디캡은 오히려 콘셉트로 녹여내고, 업 셀링 역시 고객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것. 이 모든 게 합쳐져 ‘내가 직접 커스터마이징 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팔찌’가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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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바 푸라프치노’는 스타벅스 메뉴에 없지만 커스터마이징 주문이 가능하다. photo hypebeast>

 

나만의 음료가 뚝딱 ‘스타벅스’

스타벅스와 써브웨이는 일찌감치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리고 이들 브랜드는 현재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자바칩 프라푸치노 벤티 사이즈 주문하는데요. 자바칩 반은 그대로, 반은 갈아주세요. 헤이즐럽 시럽 3번, 모카시럽 5번 추가하고, 초콜릿 드리즐을 올려주세요.”

 

이 복잡한 주문은 일명 고디바 프라푸치노로 불리는 스타벅스 주문 레시피다. 커스터마이징 음료 주문이 가능한 스타벅스에서는 원래 메뉴에 다양한 토핑을 추가하고 기본 토핑을 변경하여 수많은 새로운 음료를 만들 수 있다. 

 

메뉴에 있지도 않은 돼지바 프라푸치노, 슈렉 프라푸치노 등의 레시피는 이미 스타벅스 기본 메뉴만큼 유명하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기능은 커스터마이징 음료 주문을 더 쉽게 만든다. 긴 주문을 직원에게 직접 말하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인데, 사이렌 오더 기능이 그러한 번거로움마저 줄여주는 것이다. 덕분에 더욱 편리하게 나만의 커스터마이징 음료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던 이유에는 전 세계 어느 매장에 가도 커피 맛, 환경, 서비스가 일정하다는 것도 있지만 커스터마이징 음료가 가능하다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눈치 보지 않고 나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

 

요즘같이 기성품이 가득하고 빨리빨리 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이러한 커스터마이징은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심지어 스타벅스는 주문한 음료가 나오면 고객이 미리 설정해둔 닉네임을 불러준다. 

 

그(스타벅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니 내가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나. 우리는 그렇게 스타벅스에 충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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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써브웨이>

 

내 마음대로 레시피 ‘써브웨이’

써브웨이는 어떠한가. 스타벅스는 기본 메뉴 주문도 커스터마이징 주문이 가능하다면, 써브웨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곳에는 정해진 메뉴가 없다. 빵의 종류와 굽기, 들어가는 재료 등 모든 선택은 고객의 몫이다.

 

 그래서 선택이 어려운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운 브랜드이지만, 모든 것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천국도 이런 천국이 없다.

 

써브웨이는 1991년 63빌딩 아케이드에 한국 1호점을 개점했다. 당시 속 재료 하나하나를 골라 넣는 써브웨이의 방식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게 다가왔고, 그 결과 2000년대 중반에는 경영난으로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런 써브웨이가 현재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것은 물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이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처럼 써브웨이 조합 레시피 역시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어쩌면 조만간 써브웨이가 제2의 스타벅스로 국내에 자리매김했다는 소식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갑부보다 로맨티시스트 스타일

플리마켓 셀러로 마주한 판매 현장에서도, 마케터이기에 읽을 수밖에 없는 산업 트렌드에서도 커스터마이징 바람은 결코 약하지 않다. 그리고 이 바람의 중심에는 남들과 똑같은 것을 싫어하고 소비도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는 MZ세대가 있다. 

 

가격 측면의 만족도보다 개인의 취향과 만족감을 더 중시하는 이들의 소비행태가 커스터마이징 시장과 잘 맞물린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는 갑부 스타일보다 ‘너만을 위해 준비했어’라는 로맨티시스트 스타일로 변모해야 한다. 단언컨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 

경력사항

  • 프리랜서 브랜드 마케터&에디터
  • 현) 인스텝스 콘텐츠 마케터
  • 현) 국제디지털노마드협회 마케터
  • 전) 그라스메디 브랜드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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