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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광고가 혐오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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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아영 지앤이헬스케어 마케팅 팀장 (akffjq07@naver.com) | 작성일 2021년 11월 29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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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회사 대표님의 야심찬 기획에 맞춰 남성 잔뇨를 위한 팬티가 제작되었다. 좋게 말하자면 확대되는 요실금 시장을 향한 한 박자 빠른 움직임이었다라고 할까. 

 

회사가 생리팬티를 몇 년간 진행하고 있던 차에 언더웨어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 보고픈 대표님의 소망은 우선은 현실이 되기는 했다.

 

다만 문제는 지금까지 여성 타깃으로만 광고를 진행했기 때문에 40대 이상의 남성을 위한 광고 채널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고민 끝에 신문에 지면광고를 내보자는 대표님의 의견을 따라 조중동에서 광고를 집행하게 됐다.

 

시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해외에서도 판매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해외 현지에서 중년 모델들과 화보를 찍어놨었다. 

 

그중 괜찮은 사진을 골라 누끼도 열심히 따고 나름대로 괜찮게 지면 광고를 만들었다. 

 

사전에 다른 레퍼런스나 게재 위치도 여러모로 확인했고, 가장 어려운 대표님의 컨펌도 받았기 때문에 문제없이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소재를 넘기고 보니 남성 모델이 언더웨어를 입고 있는 모습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면광고에 대해 몰랐다고 하면 그게 문제라고 할 수 있겠으나, 아무리 봐도 그것이 외설적이라거나 혐오를 일으킬만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드로즈도 아니고 트렁크였는데다 전면광고도 아니었다. 그런데 뒤에 작게 나오는 이미지는 또 괜찮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결국은 처음의 레이아웃이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정말 그냥 신문 광고가 되어 버렸다. 

 

이미 SNS 광고 반려도 여러 차례 겪어봐서 이해를 해보고 싶었지만 광고를 반려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흔한 SNS 광고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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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광고를 진행해보셨다면 알겠지만 꽤 많은 분들이 어이없는 이유로 광고를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페이스북은 외국 기업이라 광고에 동물명이 들어있다거나 하는 언어적 오해 때문에 광고가 거절되기도 하고, 어떤 이유에선지 AI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게재가 단칼에 거부  당하기도 한다.

 

다만 문제없는 광고를 문제없는 광고라고 소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해서 원하는 시기에 광고를 돌리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광고는 타이밍일 때도 있는데 말이다.)

 

보통 광고 플랫폼들은 현행법과 윤리 기준을 준수하는 합당한 이유를 들어 광고를 거절한다. 

 

그것은 소비자 보호뿐 아니라 광고 플랫폼을 지키는 기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확실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선정, 음란, 폭력, 혐오, 비속, 허위, 과장, 기만, 권리 침해, 소비자 오인 유도, 보편적 사회정서 침해 등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광고들이 사전에 차단 당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세계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광고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다. 

 

광고 기준을 교묘히 피하거나 잘못이 발견되어 정지당하기 전까지 말도 안 되는 광고를 돌리는 경우를 쉽게 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집행 불가 광고의 이유가 몇 년 전 광고를 집행했을 때보다 너무 많아져서 스크롤 내리다 지칠 만큼 다 읽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렇게 거절의 범위와 항목이 늘다보니 사전에 필터링 당하는 사례도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합당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광고가 거절당하기도 한다. 초반에 말한 신문 광고뿐 아니라 SNS에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광고 집행이 불가한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필자의 회사는 앞서 말했듯 속옷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속옷 배너 광고의 기준들도 알고 있었는데 포즈라든지 표정이라든지 그런 이유가 아닌 요상한(?) 기준들도 있다.(그런 한 가지 예로 신체 일부가 나오면 광고가 불가하고 머리부터 무릎 아래까지 나오면 가능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아무튼 반려를 당하고 다시 만들고 또 당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팀원들과 광고 소재를 만들어왔는데 지금은 더 이상하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생리대, 정말 혐오스러운 것일까

이 회사에 다닌 지 4년이 지나가는데 이번엔 정말 이해 안 되는 이유로 광고가 거절당했다. 광고 집행 불가의 이유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인데 그 대상이 ‘펼쳐진 생리대’였다. 

 

우리 회사의 생리대는 다회용 면생리대라 겉면에 무늬가 있어서 일반 생리대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생리대 모양 자체’가 노출되기 때문에 광고 집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탁통에 담겨 있는 모습도 안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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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소재를 바꿔서 통과를 하기는 했으나 광고를 보는 여러분에게 물어보고 싶다. 펼쳐진 생리대가 정말 혐오스러운 것인가.

 

생리를 생리라 하지 못하는 것, 빨간 피가 파란색으로 나오는 게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던가. 

 

생리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감춰야 하는 것도 아닌 신체의 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생리대 모양’이라고 해서 그것이 광고에 거절당하는 사유가 된다고 하니 그 거절의 기준을 알려고 하면 할수록 정말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생리대는 1971년 유한킴벌리의 코텍스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생리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1995년 심의규정이 바뀌기 전까지 방송광고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광고를 시작했다고 해도 그 광고의 흐름은 생리에 대해 숨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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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피가 파랑색으로 표현된 TV광고의 한장면>

 

광고조차 못했던 생리대

내가 20대까지만 해도 생리대 광고 하면 항상 청순한 여성이 하얀색 옷을 입고 화사한 배경에서 순수함, 깨끗함을 강조한 내용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생리 자체를 더럽고 불결한 것으로 만들어 입 밖으로 꺼내기 터부시 되는 존재로 만들어갔다.

 

우리 사회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은 30년 가까운 시간으로는 불가능했던 듯하다. 

 

생리를 생리로 말하는 광고가 2018년 말이 되어서야 처음 나왔다고 하니 짧은 사이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혈이 나온 것도 아니고 붉은색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단지 모양이 나왔다고 광고가 거절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광고조차 못하는 상품보다 낫겠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스타트 라인이 다르다고나 할까. 

 

돈만 내면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이 있는 반면에 같은 돈을 줘도 상품을 꺼내기는커녕 그냥 박스 패키지만 실컷 보여줘야 하는 상품도 있다.

 


 

 

광고하지 못하는 제품의 한(恨)

포털 사이트에서 생리대를 검색하면 썸네일이 대부분 포장 박스로만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리대 모양이 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얀 배경으로 썸네일을 올려야 하는 판매 채널에서는 대부분 하얀색인 제품은 아주 부적합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일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고 입장이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상품 자체를 보여주지 못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쓰라린지. 상품 협업을 제안할 때도 대기업이 아니라서 거절당하는 것보다 상품 품목 자체 때문에 거절당하는 경우가 더 서럽다.

 

SNS 광고만으로 버텨야 하는 업체들이 많다. 배너 광고 결과에 목숨 걸고 집중하는 사람들도 많다. 

 

소재를 기획하고 만드는 이들도 물론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겠으나, 대기업인 광고 플랫폼에서 광고의 집행 여부를 조금 더 신중하고 합당하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건 이래서 그냥 안 된다’가 아니라 ‘정말 과연 안 되는 것이 맞는가’를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정우성 씨가 어느 바닷가에서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며 울부짖었던 CF가 기억에 남는다.

 

벌써 그 광고가 20년 되었다니 놀라운 것은 둘째 치고 나도 ‘그냥 광고라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다. 

 

혹시 우리와 같이 억울한(?) 경험에 놓여본 제품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언제 맘 놓고 우리 제품을 보여줄 수 있을까.

 

경력사항

  • 現) 한나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現) 지앤이헬스케어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컨텐츠 기획, 영상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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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음앤큐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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