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나 CD 음원이 MP3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음원으로 바뀌어 가던 시절 한 방송국에서 HD 2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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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8월 2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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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나 CD 음원이 MP3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음원으로 바뀌어 가던 시절 한 방송국에서 HD 2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생명의 소리-아날로그’였는데 그중 제1부 제목이 ‘디지털 음악의 경고’ 였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디지털 음원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존 다이아몬드 박사의 ‘디지털 음악 유해론’을 집중 분석하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다이아몬드 박사의 연구는 동일한 조건에서 아기장대(학명 Arabidopsis)라는 식물을 하루에 8시간씩 CD와 MP3 음원에 노출시킨 뒤 두 실험군의 생장 차이를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실험 결과는 가히 충격적 이었는데 정확히 35일 만에 거의 두 배가 넘는 생장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그 이유는 MP3를 들려준 식물실험에서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지베렐린(Giberrelin)호르몬이 그렇지 않은 식물에 비해 40% 가까이 적게 생성된다는 실험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CD와 MP3 음원을 귀로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겠지만, 우리 귀는 모른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와 실험은 한동안 크게 회자 되었지만, 현재는 디지털 음원의 압축 기술이 너무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무손실 압축 포맷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며 실험 내용에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AI를 감정 있는 존재로 이해할 수 있는가


MP3와 같은 파일을 손실 압축 음원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3분짜리 음악을 파일로 만들면 40MB 정도가 되지만 MP3 기술로 압축해 버리면 3~4MB밖에 되지 않습니다. 

 

똑같은 소리를 내면서 90% 이상 압축이 가능한 이유는 가청주파수(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라고 하는 영역의 소리만 남기고 나머지 소리는 잘라내서 삭제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어차피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는 없애버려도 똑같은 음악이라고 인식한다는 얘기입니다.

느닷없이 디지털 음원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원의 유해성이라든지, 어떤 것이 더 나은 음질이나 라는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호에서 제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AI가 감정을 갖게 된다면 아니 정확히 말해 인간의 감정을 대응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AI를 감정을 가진 존재로 대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아날로그 음원은 둥글둥글한 파형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와서 부딪힙니다. 하지만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히 삭제해 버린 MP3는 귀로 들을 수 있는 점 들을 연결한 딱딱한 직선이 와서 부딪히는 것입니다. 

 

중간에 무엇이 사라져 버렸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MP3를 음악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인지합니다. 감정은 어떨까요? 감정은 너무 복잡다단하고 만약 감정에 단계가 있다면 셀 수 없이 촘촘해서 감정이 압축되는 일은 불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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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압축은 가능할까? 우리가 흔히 AI를 생각할 때 전혀 의심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AI가 터미네이터 수준으로 진화해도 감정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고 감정은 인간 고유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 김철수 씨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철수 씨가 간암 진단을 받고 앞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철수 씨는 자기 삶의 시한부 선고를 AI 의사로부터 듣고 싶을까요? 인간 의사로부터 듣고 싶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아마 그런류의 대답이라면 인간 의사로부터 듣고 싶을 겁니다. 마치 AI 의사는 무미건조한 기계 소리로 “김철수 씨, 당신의 남은 수명은 지금부터 5개월 7일 15시간 20분입니다. 

 

지금부터 남은 시간 동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고 원하신다면 편안한 죽음과 관련된 서적을 몇 권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것 같기 때문에 그래도 인간 의사에게 듣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아마 AI 의사가 이런 진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진화한다면 AI 의사는 결코 기계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AI 의사는 김철수 씨의 모든 SNS 데이터와 그 사람의 검색기록, 태어나면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든 사진과 영상기록물을 분석하고 김철수 씨 동공의 흔들림과 심박 수 등을 체크하여 어떤 인간 의사보다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김철수 씨의 감정 상태를 고려한 시한부 선고를 내릴 것입니다. 말 그대로 김철수 씨의 취향 저격 감정 대응이 되는 것입니다. 

 

평생 김철수 씨를 알지 못하고 지내왔던 인간 의사보다 AI 의사가 훨씬 더 그의 감정에 잘 대응 한다면 우리는 이것이 ‘감정이다’ ‘그렇지 않다’라는 질문 앞에 답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눈앞에서 실재 악기로 연주하는 것만 음악이고 가청주파수는 없애버린 MP3는 음악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AI가 수요를 예측하는 시대 도래


감정이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서 잠깐만 벗어나 보면, 진화 생물학자들의 사고대로 인간을 유기적 알고리즘으로 바라본다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알고리즘(algorithm)은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 방법, 명령어들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넓게는 사람 손으로 해결하는 것, 컴퓨터로 해결하는 것, 수학적인 것, 비수학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지만 인간도 유기적 알고리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다다릅니다. 

 

감정에 헤아릴 수 없는 단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MP3와 마찬가지로 인간 스스로도 구별할 수 없는 감정 상태는 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없애버렸다고 해서 이것을 감정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 우리의 직업은 심각해집니다.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는 영역은 AI가 진화한다고 해도 절대 인간을 넘보지 못할 직업군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선택 기준이 소비자 취향이라는 피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상업 디자인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옷을 디자인하는 것도 파는 것도 인간보다 AI가 훨씬 잘 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수요 예측이 가능한 시대가 오는 겁니다. 

 

어떤 음악을, 어떤 영화를,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누구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모든 취향이 분석된다면, 다시 말해 감정이 분석된다면 우리는 결코 AI를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 살 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글과 비슷한 사고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두 편을 추천해 드리고 마치고자 합니다. 하나는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2015년 작 ‘엑스 마키나(Ex Machina)’이고요, 다른 하나는 이완 맥그리거와 레아 세이두가 열연한 ‘조(ZOE)’입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들이 실현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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