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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패션생활/박지훈

戰場에서 피어난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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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0월 1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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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야상’이라고 부르는 재킷은 ‘야전상의’의 줄임말입니다. 야전상의는 필드재킷(Field Jacket)을 번역한 것으로, 군과 관련하여 쓰이는 ‘field’라는 단어는 종종 ‘야전’으로 번역됩니다. 

 

또 융통성이 없고 답답한 사람을 비꼬아서 ‘FM이다’, 절차를 잘 지키고 꼼수 부리지 않고 일 하는 사람을 볼 때 ‘저 사람은 FM대로 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 때 쓰는 ‘FM’이 ‘Field Manual’, 우리 군의 공식 명칭은 ‘야전 교범’입니다. 

 

디자인 요소로 차용된 야상은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 사랑을 받고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M-65야상에 대해 글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밀리터리 패션을 만들어낸 수많은 아이템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클래식 패션 아이템이 된 피코트와 더플코트 얘기도 함께 하려고 합니다. 

 

M-65재킷은 베트남 전쟁 이 후 많은 양이 군 외부로 반출 되어 저렴하게 판매 되었고, 너무나 실용적이었기에 퇴역 군인들이 애용했던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전 시위 참가자들과 민간인들도 즐겨 입었습니다. 특히 반전 시위자들은 이 필드 재킷에 자기만의 반전시위 문구라든지, 평화를 상징하는 마크(peacce symbol: 제럴드 홀텀이 고안한 디자인으로 1958년 핵무기 폐기 운동에 사용됨) 등을 그려 넣고 다녔습니다. 

 

M-65라는 걸출한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야상도 몇 번의 세대교체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M-43 재킷입니다. M-41재킷을 시초로 보기도 하지만 M-41재킷은 일반인들의 스포츠 재킷에서 영감을 받았고 활동하기 편했으나 너무 덥고 가벼웠습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주머니 공간들이 빠져 있었고, 이런 부분이 보완된 것이 M-43재킷이기 때문입니다. 

 

M-43재킷은 새틴 소재를 사용해 M-41 대비 내구성을 높였고,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던 기장을 허벅지 길이까지 늘리고 깃을 세워 보온성과 방풍 효과를 극대화 했습니다. 여기에 전용 라이너와 탈부착 가능한 후드, 오늘날 야상의 가장 큰 특징인 전면에 위치한 네 개의 대형 카고 포켓이 자리 잡았습니다. 

 

M-43 재킷은 미 육군 3보병사단에게 처음 보급되었고 1944년 1월, 혹독한 환경에서 치러진 안치오 전투(편집자 주 : 2차 세계대전 중 로마 탈환을 위해 이탈리아 라치오주 안치오시 일대에서 벌어진 연합군 상륙 작전)에서 병사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쟁 이후 필드 재킷은 M-1950으로 마이너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달라진 점은 아이크(Ike) 재킷이라고 하는 울 소재 라이너를 M-1950 필드 재킷 내부에 고정하는 단추 구멍이 추가된 것입니다.

 

M-65 필드 재킷에 이르기 전에 또 한 번 마이너 업그레이드가 된 M-1951이 있죠. 이 재킷은 드디어 단추 여밈이 지퍼로 교체되었고 주머니에 단추 대신 스냅이 자리 잡았습니다. 또 넓은 칼라 모양도 디자인적으로 정돈 되었습니다. 

 

M-1951이 보급되고 10여 년이 흐른 1965년, 드디어 M-65모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새로운 필드 재킷은 옷깃과 소매를 쉽게 조절 할 수 있도록 벨크로가 달려 있었고 재킷 뒷부분의 목 부위와 옷깃에는 보호 두건을 넣을 수 있는 지퍼가 달려 있었습니다.

 

이 필드 재킷은 전 세계 야전상의 디자인 포인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현재도 많은 국가가 M-65와 비슷한 형태의 재킷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겪으면서 보온성과 통기성 등 더 나은 기능을 위해 발전함과 동시에 클래식 복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M-65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더플코트는 2차 대전 당시 영국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영국 해군에게 지급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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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장에서 군인들이 착용한 M-65재킷.> 

 

이 더플코트는 장교에게 특별 지급되는 품목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가져다 입을 수 있도록 품이 넉넉한 코트였습니다. 더플코트의 특징인 나무단추(토글)은 혹한에 꽁꽁 언 손으로도 쉽게 잠글 수 있도록 고안되었죠. 더플코트의 ‘더플’은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도시 이름에서 유래 했습니다(편집자 주: 더플의 특산품인 거칠고 두껍게 짠 울 원단을 ‘더플’이라고 불렀다). 

 

전쟁이 끝나고 많은 코트가 남아돌게 되자 시민들도 착용하기 시작했고, 더플코트 제작사인 엠앤에프모리스의 대표 헤럴드 모리스는 군수품 이미지를 벗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로브(Glove)와 작업복을 뜻하는 오버올(Overall)에서 이름을 빌려와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올(Gloverall)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저렴하고 따뜻한 이 코트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모리스는 큰 모자의 크기를 줄이고, 플랩을 추가 했으며 나무 토글을 소뿔로 교체 하는 등 더욱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코트로 디자인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코트의 원조는 미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영국 왕립 해군 제복이었던 ‘더블 브레스티드 울 리퍼 재킷’이 원조입니다. 

 

리핑(Reefing)이라는 말은 돛대를 오르고 닻을 내리는 임무를 뜻하며 이 임무를 수행하던 수병을 리퍼라고 불렀습니다. 추위에 맞서기 위해, 또 로프의 마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더블 브레스티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네이비 컬러를 사용한 이유는 때가 덜 타는 것도 있지만 강렬한 태양으로 부터 탈색이 덜 되는 염료를 찾은 것입니다. 

 

실용적이면서 멋스러운 이 코트의 이름이 ‘피코트’인 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18세기 네덜란드에서 직조된 거친 울 원단을 사용한 Pijjakker라는 작업용 재킷에서 가져왔다는 설, 파일럿 재킷의 앞 철자인 P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견해 등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디자이너와 대중이 사랑하는 M-65재킷, 착하고 다정한 오빠가 떠오르는 더플코트, 멋스러운 남자의 겨울 아이템으로 사랑받는 피코트가 전쟁 중인 군대의 보급품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비교적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전쟁 당시의 클래식 아이템,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더욱 기능적이고 실용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패션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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