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개론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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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의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마케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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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장 (jihpark0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7월 2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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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개론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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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라는 주제만큼 난해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상징적 의미로 각인된 모든 것을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브랜드라는 단어가 쓰이는 맥락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문제에 따른 솔루션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기획, 제조, 품질, 마케팅, R&D, 소비자 접점에 있어 수없이 유능한 사람들의 조언과 책이 난무하지만 좋은 브랜드란 특정 분야에서 소비자에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심상임과 동시에 회사의 지속적 매출 성장과 확고한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브랜드를 통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주는 위상과 경험을 동시에 구매하기 때문에 ‘사용가치’에 비해 엄청난 돈을 기꺼이 냅니다. 

 

또 구매한 물건이 형식적 평등 속에 은밀한 차별을 준다는 희열을 맛보았기 때문에 끝없는 브랜드의 구애와 자신의 욕구가 만들어낸 거대한 소용돌이에 자처해서 휘말려 들어갑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아무리 강력한 브랜드라도 내면화하거나 상징화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필요와 욕구의 경쟁 구도에서 ‘높은 필요’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인생의 ‘낮은 필요’와 ‘중간 필요’ 그리고 ‘높은 필요’와 관련해 어떤 것들이 거기에 속하는지와 각각의 단계에서 생겨날 수 있는 브랜드의 양상을 얘기해 보고 더 나아가 브랜드를 만드는 아주 쉬운 몇 가지 단계를 따라 가보려고 합니다.

 

‘낮은 필요’ 품질은 높지만 기대감은 제로 

갖고 싶고 살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있습니다. 반대로 정말 필요하지만 살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인생의 ‘낮은 필요’에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필요한 ‘유한락스’ 같은 것입니다. ‘낮은 필요’를 공략하는데도 브랜드 전략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영역에서 브랜드의 순위는 위상보다는 품질에 따라 매겨집니다.

 

‘오프화이트×유한락스’가 출시된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가 발매일을 기다려 12만5천 원에 구매(2021년 7월 유한락스 1ℓ는 1,250원입니다)한다거나 오프화이트 락스를 들고 화장실 청소하는 모습을 포스팅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역에서 브랜드는 고유명사로 변신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크리넥스, 요플레, 스카치테이프, 에프킬라, 딱풀, 대일밴드, 포크레인 같은 것들이 브랜드이면서 자신이 속한 카테고리의 대변자이기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지만 락스와 마찬가지로 사무실 책상에 호치키스와 딱풀, 스카치테이프를 올려두고 #존멋 이라고 포스팅하지는 않습니다. 포크레인도 이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 포클렝(poclain)에서 빌려온 이름인데 우리말로 굴삭기이며 영어로는 excavator입니다. 

 

이 역시 포크레인 기사가 작업을 마치고 굴삭기에서 내려오며 대중들로부터 롤스로이스 컬리넌에서 내리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눈빛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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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백>

 

‘중간 필요’ 소유와 동시에 다음 제품으로 

다음으로 ‘중간 필요’에는 멋진 옷, 세련된 가방, 다양한 해외여행 경험, 지금 하고 있는 스포츠를 돕기 위한 장비들이 포함됩니다. ‘중간 필요’에 해당하는 브랜드들은 품질은 기본이 되어야 하고 동시에 사용자에게 위상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중간 필요’ 브랜드를 통해 우리는 높은 보수, 사회적 명망, 직업에 대한 간접적 표출, 경제적 부유층들과의 친분 등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보드리야르가 얘기한 ‘기호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든 브랜드, 피에르 부르디외가 설명한 현대사회 소비의 형식적 민주화 이면에 있는 소비를 통한 경제적 계급 간 ‘구별 짓기’ 수단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자전거 동호인들이 가장 타고 싶어 하는 자전거가 ‘피나렐로 도그마’라는 점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1953년에 설립됐고 이태리 트레비소에 본사를 둔 피나렐로의 기함급 자전거 도그마는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최고의 카본 소재를 사용한 현대 자전거 기술의 결정체라 불리지만 결정적으로 도그마를 타야 하는 이유는 자전거를 탈 때보다 내릴 때의 기분, 승차감보다는 하차감에 있습니다. 

 

롤렉스, 포르쉐, 두카티, 에르메스, 샤넬, USM, 피나렐로, 래미안 퍼스티지와 같은 브랜드들이 ‘중간 필요’ 영역의 지배계급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중간 필요’ 영역의 브랜드들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공교롭게도 이것들은 신기루와 같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비교하고 심지어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이 ‘중간 필요’ 영역에서 활동하는 브랜드 디렉터나 마케터는 브랜드 구매가 주는 만족감을 일순간 극대로 끌어 올리되 소유와 동시에 그 기분을 박살 내고 다음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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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

 

‘높은 필요’ 글쎄요

마지막으로 ‘높은 필요’에는 깊은 우정, 동료와의 유대감, 인생의 의무, 감정적 성숙 등이 있습니다. 용기, 관용, 절제, 배려, 희생과 같은 부류의 단어에 적합한 사람은 어쩐지 욕구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욕구는 브랜드와 절친이니 ‘높은 필요’는 당연히 브랜드의 친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파텍필립 시계를 찬 사람을 보며 “어머, 저 사람은 분명 롤렉스 찬 사람보다 틀림없이 인간관계에서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사람일 거야”라고 하거나 벌킨백을 든 중년의 아름다운 여성을 보며 “어쩐지 저 사람, 틀림없이 샤넬백을 든 사람보다 감정적으로 성숙한 사람처럼 보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칼럼은 브랜드의 속성을 파악하고 손쉽게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라 “유행은 가격을 부풀리는 구실일 뿐이니 유행을 따라 소비를 하지 말고 사물이나 사람의 생각, 사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나 “소유에 휘둘리지 말고 가치 있고 윤리적인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세요”와 같은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높은 필요’의 영역을 가지고 이것을 브랜드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불변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인간 고유의 정신인 사랑이나 우정, 신념을 따라 브랜드를 만들려고 노력해서는 안 됩니다. 브랜드 세계에서 사랑은 퇴색하기 쉽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니까요.

 

이쯤에서 우리가 말하는 브랜드는 주로 ‘중간 필요’ 영역에 해당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비전이자 구매자의 즐거움을 매개로 회사의 이익을 만들어 내는 비전으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 ‘중간 필요’의 영역에 해당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쉽고 빠른 방법에 대해 계속하겠습니다.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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